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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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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한참인 시절이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다가 무언가 다른 걸 하고 싶었다.
그렇게 기웃거리던 시기

전혀 가보지도 않은 곳에, 전혀 해보지도 않은 일을 하러
이제 막 알게된 사람들과 갔던 동네에서 일을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고
근처를 지나가다가 보았다.
하늘까지 뻗은 벛꽃나무에서 눈처럼 떨어지는 벛꽃들.

그 기억을 수년간 가지고 있다가, 어느 봄날에 그곳에 갔었다.
서른이 훨씬 넘어 다시 학생이던 시절이기도 했고,
날이 좋아 대학원 수업을 빼먹고 나온 날이기도 했고
오래 전 기억속의 환상의 장소에 서 있으려니 다른 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 날의 사진도 어딘가에 있을텐데, 찾아보고 싶지 않고, 찾아 볼 필요도 없을 만큼
머리 위로 벛꽃이 쏟아지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그곳에 제작년에는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갔고
작년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갔고
올해는 날을 못 맞추는 바람에 우리는 가지 못했다. 그곳에.

봄이라고, 꽃이 폈다고 해서 늘 그런 풍경아래에 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어렴풋이 안다.
그래서 그런 시간들이 그때는 몰랐지만 축복이었다는 것도 알 것 같다.

그래도 올해 꽃길을 좋아하는사람과 손을 잡고 걸었다.
눈처럼 떨어지는 꽃잎을 다 맞지는 못했지만
적당히 아직 매달려있는 꽃들과, 바닥에 깔려있는 꽃잎을 밟으며 걸었다.

삶이 더 적당히 단순해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꽃을 보면 기쁘고, 즐겁다.
그래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