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2일

 

2019_calendar

아이를 재우며 같이 누워있다가 문득 내가 무언가를 할 시간이 (에너지는 차치하고) 맥시멈 3년 정도 남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올해 다섯살이 되었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까지 3년이 남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더 빨리 귀가하고, 더 긴 방학인데
지금보다 분명 체력적으로 떨어질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든거다.

물론 그때는 그만큼 자라난 아이와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테고
나도 나름 몇년차 엄마로 조금 더 요령이 생기거나 , 마음을 비운 양육자가 되어 있을거라 희망하지만
문득 그 3년이라는 기간을 떠올리고는 마음이 초초해졌다. (넷플릭스에 ‘내가 찜한 콘텐츠’ 만 다 봐도 3년이 모자랄 것 같은데!)

그 기분은 39살의 후반기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데, 그때 난 속으로 이런 상상을 했었다.
< 만약 요정 (여전히 유아적인 나의 마인드…)이 나타나서 마흔살이 된 네 모습으로 평생을 유지하게 해주겠다고 한다면 난 지금부터 뭘 준비할까? >
그러면서 침대에 누운채로 ‘아 그러면 운동을 해서 몸을 좀 만들어놓을거고, 묵은 짐도 싹 버릴거고…’
그러다가 아 그럼 요정이 있건 없건 (당연히 없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되잖아?! 라는 깨달음이 왔으나
깨달음이 실행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드문 게으른 룸펜형 인간인 나는 그냥 깨달음만 얻고 40대를 맞이했었다.

그런 기분이 다시 든건 (45세를 앞두고도 한 번 더 느꼈었지만!) 이젠 정말 체력이나 에너지로 그걸 체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제까지 주말을 포함해서 5일간 39도에서 떨어지지 않는 열감기를 달고 있던 꼬마가 드디어 다시 어린이집 등원을 했고, 나는 딱 꼬마가 아픈날부터 시작되었던 손목의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정형외과를 찾았다.

하루하루의 인생에 당연히 변수가 많지만, 육아야말로 나와 또다른 유기체간의 무한한 변수가 있는 일이다.거창한 일이 아니라 그저 매일 약간의 공부를 하고, 약간의 기록을 하려는 건데 아이가 아프면 그 틈이 나지 않는다. 물리적인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과 피로도의 문제라서 그냥 손쉽게 놓아버리게 된다.

머리로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나는 불을 켜야하는 부엌 식탁이 아니라 자연광이 들어오는 자리에 테이블이 있으면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고, 두툼한 새 요가매트를 사면 매일 운동을 안 빼먹고 하게 될 것 같고, 따져보면 필요는 없지만 예쁘다는 생각이 든 물건을 사버리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식전 운동이 칼로리 소모에 더 도움이 되느냐, 식후 운동이 더 도움이 되느냐는 논란에 어느 트레이너가 그거 따질 시간에 나가서 걸으라고 했는데 그게 내 이성적 자아가 저런 나에게 늘 하는 이야기다.

낡은 습관, 몸에 익은 패턴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위로가 되기도 하고 좌절이 되기도 하지만, 자꾸만 반복하다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게 또 게으른 희망이라고 해도.

이 마음이 새해의 첫달이라 느끼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긴 이미 22일이나 지난 ‘새해’니까.

네 번째 여름.

 

36개월 생일을 열흘정도 앞두고 아이는 지난주에 처음으로 기관생활을 시작했다.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처럼, 처음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을 때 나의 심정은 “자리가 났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흑흑)” 하는 감격스러움이었다.

오늘로 등원 5일차. 아직도 혹시 중간에 울어서 데리러 오라는 전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대기조 엄마지만 아이는 온종일 즐겁게 잘 놀고 지내는 듯 하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우는 순간이 있다고 선생님이 하원길에 전해주시지만, 매일 새로운 동요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면 이제야 너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 생활이 되어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등원 후 집에 돌아와서 신랑과 둘이 있는 집안이 너무 조용해서 낯설기도 하다. 둘이서 한 방에서 대각선으로 등을 대고 각자의 일을 할때면 시공간이 희미해지는 느낌도 든다. 연애할때는 비슷한 상황에서도 막 로맨틱했는데. 흠흠.

가끔 예전 결혼해서 아이 키우던 친구들이 뭔가를 하다보면 자기가 애엄마인 걸 까먹는다고 했던 이야기에 저건 농담일까 진담일까 했었는데 이젠 뭔지 알 것도 같다.물론 아직은 중간 중간 시계를 보며 밥 먹을 시간인가, 잘 먹고 있으려나, 낮잠은 자고 있으려나, 떼는 쓰지 않을까 하며 반쯤은 유리창 밖에서 바라보며 기다리는 엄마 맘이지만,  이렇게 적막한 집에서 건조한 일에 몰두하고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게 되고, 내 시간이 확보되면 하고 싶은게 정말 많았는데 왜 머릿속이 하얘지는건지. 빨래를 돌리고, 장난감을 정리하는 거 말고 이것저것 하고 싶었는데 또 조바심이 나는 모양이다. 작년 일기에 보니 아이가 만약 어린이집을 가면 나는 혹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할까봐 맘이 급해지고 뭘 해도 시간낭비하는 느낌을 가지는게 아닐까 걱정하며 써 놓았는데 (아, 난 나를 너무 잘 안다;; )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나는 어처구니 없는 이 상황. 하.하.하.

그래서 다시 한 번 적어본다. 시험공부 하기 전에 책상정리에 들어가는 마음으로!

  • 늙은 엄마지만, 그래도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 운동 – 오래오래 아이 곁에 있어주고 싶으니까.
  • 여전히 초보지만 발전하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공부 – 한국말 어렵습니다…영어도 어렵습니다 흑.
  • 덮어놓고 사다보면 언젠가는 읽는다지만, 이제 그만 사고 읽어볼까요 책! (히히히^^)
  • 이젠 가볍게 살아도 될 것 같은데.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어도. 물건 열심히 버려봅시다!
  • 좋아하는 무 생채 올해에는 꼭 성공해보고 싶다. 요리 실력 좀 늘려보겠습니다.흠흠.
  • 구몬 일본어.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노력!  (한자로 쓰라고 하면 못 씀)

자본주의 시대에 나름 맞벌이인데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는 경제적 다짐은 없는 걸 보니 역시 나 답다.
불렛 리스트로 적어봤지만 사실 간단하다. 산책과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욕심부리지 않고 사는 것. 그런데 그게 참 어렵네 :)

아이와 함께하는 네 번째 여름. 그리고 아이와 떨어져있는 첫 번째 여름.
올 여름의 나를 기대해보고 싶다.

2018년 3월 23일. 금요일.

제목 뒤에 ‘날씨 맑음’ 같은 거 따라 붙어야 할 것 같은, 초등학생 일기의 시작같다.

이틀에 하루 꼴로 새벽 네시정도에 기상을 해서 주어진 일도 하고 멍하게 핸드폰을 붙잡고 보내기도 하고 그런다.
초저녁잠이 많은 나는 학창시절 밤 열시가 넘어가면 숙제를 채 못 마치고도 그냥 엎드려 자곤 했다.
대신 새벽 5시, 혹은 6시에 알람에 맞춰 일어나 졸린 눈으로 남은 숙제를 해갔다.

한 살 더 먹었다고 더 힘들어진건지, 점점 밤에 늦게 자려고 버티는 꼬마와 씨름하다 지치는건지
어쨌거나 요즘은 꼬마를 재우다가 같이 자버린다. (아마도 종종 내가 먼저 잠드는 듯…)
8시면 자러 들어가던 꼬마는 요즘은 책 하나만 더 보고 자자, 물을 마시자, 지금 당장 어디 가자 -_- 뭐 그런 핑계들을 대며 점점 버티고, 불끄고 누운 방에서도 노래를 불렀다가 역할극을 했다가 혼나다가 뭐 그러다가 겨우 잠든다.

꼬마를 재우고 티비도 조금 보고, 일도 조금 하던 내 생활리듬은 다시 학창시절처럼 새벽시간을 이용하는 걸로 바뀌었다.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어서 꼬마 낮잠 시간엔 몰입이 어렵고 설상가상으로 꼬마의 낮잠시간은 급격하게 짧아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 둘이 각자 성장하고 있는거라고 믿고 싶은데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 꼬마와 내가 낮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건가 의문이 든다. 의문이라 함은 ‘괜찮을거야’ 와 ‘미안하고 아쉽다’, 더불어 ‘여기서 이게 무슨 짓인가’ 를 반복하는 나의 감정상태겠지.

올해는 당연히 어린이집을 갈거라고 생각했기에, 그 예상이 무너진 지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걸 요즘 체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뭔가 거창한 걸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새로운 요리도 시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중 하나라도 온전히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내가 바꿀 수 있는 현실상황이 아니니 받아들이는 수 밖에.
그러나 또 그렇게 생기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뭐 그런 감정의 무한반복되고 있는 2018년의 봄이다.
여름쯤 되면 완전히 포기하는 상태가 될지도 모르겠네 그러고보니.

그 와중에도 시간은 너무 잘 간다. 2018년의 첫번째 분기가 지나간다니 너무한거 아닌가 싶고.
맨날 이런 신세타령만 하려고 블로그를 남겨뒀나 싶고.
조금 삐딱해진 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