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0일의 기록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 몇주 동안 황달 때문에, 모유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낙심했다가, 기뻐하는 감정의 파도를 겪는 나에게
신랑은 우리가 가야할 육아의 길은 마라톤이 될테니 일희일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시적으로 보지 말고 거시적으로 보자고.

나 또한 그래야 한다는 걸 머리로, 이성으로 잘 알고 있지만
아기와 얼굴을 맞대고, 숨소리를 느끼고
아- 이 작은 숨쉬는 생명을 어떻게 거시적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가 있을까 싶다.
그건 아마도 ‘엄마’에게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은.

8월 1일. 아기는 생후 40일을 맞이한다.
날짜가, 요일이 어떻게 지나는지,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바깥 날씨가 어떤지 모르게
온종일 아기를 끌어안고 지내는 칩거생활이지만 문득 문득 아기를 보면 여전히 실감이 안 난다.
우리집에 조그만 꼬맹이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조리원에서 열심히 기록했던 육아일기는 집에 돌아온 후 손도 댈 수 없었다.
‘기억’ 보다는 ‘기록’을 믿으라고 하던데 쉽지 않네.
그래도 순간 순간 느끼는 감정과 감동이 내 세포안에 녹아들고 있다고 믿는다.

기나긴 앞으로의 길.
함께 잘 해보자 지우야.

6 thoughts on “생후 40일의 기록

  1. 토닥s

    이성과 제가 분리되는 느낌.. 아이 이전에 나와 아이 이후의 내가 분리되는 느낌.. 알 것도 같아요. 나이를 먹으면서 누군가와 싸울 일도 화낼 일도 없었는데 하루에도 몇 번 으르렁거리는 제 자신이 부끄러울 때도 많아요. 그런데 분명한 건 주변분들 말씀처럼 아이가 세 살이 다되어가니 사람이 되어간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둘째를 가지신다면 다시 오겠지만)을 잘 보내시길. 엄마도 잘 쉬시구요. 멀리서 응원합니다.

    Reply
    1. colours Post author

      응원 감사해요 :)
      오늘부터 수면교육한다고 침대에 뉘어놓고 울게 놔두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문 밖에서 심장이 바짝 바짝 타고 있어요. 잘 하고 있는건지, 맞는건지 확신도 없고.
      그래도 누리만큼 크면 (수많은 Ups & downs를 거쳐서?? ^^) 뿌듯하려나요.
      런던은 서늘하다던데 잘 지내시길 바라요.꼬마 누리도! :)

      Reply
  2. 마쿠로스케

    (예쁜 지우야, 안뇽? ><)

    빅뉴스를 접하고 한걸음에 달려왔어욧. ㅎ
    왠지 티팟님은 낯선 육아도, 새로운 공간에서의 정착도 매순간 의미를 찾아가면서 잘 해내실 것 같아요.
    베이비 위스퍼라는 책, 강추합니다. ^^ 사이트와 육아서에서 도움 많이 받았어요.

    참, 24시간 소아과가 제주시 탑동에 있는 걸로 기억해요. 함 확인해보시길..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ㅠ 추석 연휴기간에도 그 건물 일층 대형 약국은 문을 열었더군요. ^^: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응급상황이 벌어지곤 하는데, 하필 새벽이거나 주말일 때가 많죠. ㅠ.ㅠ

    1. 빵 좋아하세요? 시청 거리에 있는 어머니 빵집, 맛나요. ㅋ
    2. 제주 삼성혈 앞 국수거리가 유명한데, 거기서 줄 서서 먹는 식당은 '자매국수'집일 거예요. 가게는 작은데 가장 맛나답니다.
    3. 제주는 다들 아는 관광지도 멋지지만.. 풍광이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시간 나실 때 섭지코지에 있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지니어스 로사이" 강추합니다. ㅎ 그 근처에 "맛나식당"이라고 제주 최고의 갈치조림 식당이 있어요. 점심때 그날 장사가 이미 마감되는, 유명한 가게예요.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도 아름답습니다.
    그 근처, 제주 비오토피아 리조트 안에 있는 바람, 돌, 물 박물관도 한번은 꼭 가보시길…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공간이에요. ㅠ.ㅠ (참 이곳은 출입을 통제하는 곳인데, 레스토랑 예약했다고 하면 들여보내줍니다. ㅎㅎ)

    궁금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비밀 댓글로라도 물어봐주세요. 저는 잘 모르지만 친정엄니께 물어봐서 알려드릴게요. ㅎㅎ

    Reply
  3. 마쿠로스케

    덧. ^^::

    1. 다시 생각해보니, 아이 데리고 가기에는 자매국수집보다는 국수마당이란 식당이 더 좋겠네요. (쓰다 보니 국수 집착녀 같네요. ㅋ) 이곳은 방이 있어서 아이와 같이 가기 편해요. ^^ 제주 국수는 워낙 맛나서, 제 남편은 제주 오면 국수 먼저 먹으러 갈 정도예요. ㅎ

    2. 서점 가실 일이 있을까요?
    한때 제주에서 가장 큰 서점이었지만 이젠 반에 반토막난 ‘탐라도서’가 시청에 있고요. 구제주 관덕정 근처에 우생당이라는 곳도 있어요.

    요즘 제주에 규모는 작지만 좋은 독립서점들이 들어섰는데, 대표적인 곳이 종달리에 있는 ‘소심한 책방’과 제주시 칠성로타리에 있는 “라이킷”이에요. 라이킷 바로 앞에는 “더 아일랜더”라는 제주 관련 상품을 파는 예쁜 샵도 있어요. ㅎ

    3. 아이를 데리고 갈 만한 도서관으로는 ‘한라도서관’과 ‘기적의 도서관’이 있어요. 전자 추천이요. ^^
    나중에 지우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 같이 산책하기 좋을 거예요.

    4. 참, 티팟님, 혹시 무신론자 아님 불교도이신가요? 그럼 이건 패쓰~~ ^^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는데, 제가 선데이 크리스챤이라서요. ㅎ 이사할 때마다 맞는 교회 찾느라 매번 고생했던 터여서.. ㅎ 혹시 기독교인이시고, 대한예수교장로회쪽이시면 추천해드릴 곳이 있어요.
    음… 제가 넘 오지랍떠는 건가요? ㅎㅎ)

    5. 이마트가 구제주 탑동과 신제주에 하나씩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 규모의 창고형 마트도 하나 들어섰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재래시장에 가시고 싶다면, 구제주의 “동문시장”이 규모가 가장 큰 곳이고요. 신제주 쪽 오일장은 재미납니다. ^^
    제주에도 한살림 같은 생협이 있을 거예요. J가 아토피로 고생했던 터라 가끔 친정에 가면 “초록마을”에서 아이 간식을 사곤 했어요.
    괜찮은 병원은 신제주에 많은 것 같아요. 친정 엄니는 응급상황(?)에는 제주대학병원으로 달려가시는 듯. ^^:

    Reply
  4. 마쿠로스케

    다시 덧. ^^:

    얼마 전에 늦둥이 가진 친구가 있어서리, 괜찮은 소아과를 물어봤어요.
    신제주 노형 오거리에 있는 “강윤종 소아과”라는 데가 좋다고 하네요.
    다른 데서 한달 간 안 낫던 장염을 거기서 바로 고쳤다고 ㅎㅎ 의사쌤이 잘 보신답니다.

    Reply
    1. colours Post author

      우왕!!!! *_*
      이런 완전 보물같은 정보를 주시다니요!!
      어제 신랑이랑 하나씩 읽어보며 “이건 적어둬야 해! 아니 외워둬야 해!” 했어요.
      정말 감사해요. 저랑 신랑도 국수 매니아라 말씀해주신 국수집은 필히! 가보겠어요 ^^ 저희는 지우를 안고도 잘 먹기때문에 (주로 신랑이 ㅋㅋ) 다 가봐야겠어요. 무엇보다 소아과 정보 ㅜㅡㅜ 감사합니다. 정말 세심히 제가 필요한 정보들을!
      그리고 제 맘을 아시는 듯 제가 관심있는 볼거리, 먹거리 정보들 알려주셔서 헤헤헤 ^^
      주말마다 무도인이 ‘도장깨기’ 하듯이 다녀볼 생각이에요.
      또또 궁금한 거 있으면 옆구리 콕콕 찔러도 되죠? ^^
      메모장에 기록하고 또 기억해둡니다. 감사해요!!!! >0<

      Reply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