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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3일. 금요일.

제목 뒤에 ‘날씨 맑음’ 같은 거 따라 붙어야 할 것 같은, 초등학생 일기의 시작같다.

이틀에 하루 꼴로 새벽 네시정도에 기상을 해서 주어진 일도 하고 멍하게 핸드폰을 붙잡고 보내기도 하고 그런다.
초저녁잠이 많은 나는 학창시절 밤 열시가 넘어가면 숙제를 채 못 마치고도 그냥 엎드려 자곤 했다.
대신 새벽 5시, 혹은 6시에 알람에 맞춰 일어나 졸린 눈으로 남은 숙제를 해갔다.

한 살 더 먹었다고 더 힘들어진건지, 점점 밤에 늦게 자려고 버티는 꼬마와 씨름하다 지치는건지
어쨌거나 요즘은 꼬마를 재우다가 같이 자버린다. (아마도 종종 내가 먼저 잠드는 듯…)
8시면 자러 들어가던 꼬마는 요즘은 책 하나만 더 보고 자자, 물을 마시자, 지금 당장 어디 가자 -_- 뭐 그런 핑계들을 대며 점점 버티고, 불끄고 누운 방에서도 노래를 불렀다가 역할극을 했다가 혼나다가 뭐 그러다가 겨우 잠든다.

꼬마를 재우고 티비도 조금 보고, 일도 조금 하던 내 생활리듬은 다시 학창시절처럼 새벽시간을 이용하는 걸로 바뀌었다.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어서 꼬마 낮잠 시간엔 몰입이 어렵고 설상가상으로 꼬마의 낮잠시간은 급격하게 짧아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 둘이 각자 성장하고 있는거라고 믿고 싶은데 어린이집에 가지 못한 꼬마와 내가 낮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건가 의문이 든다. 의문이라 함은 ‘괜찮을거야’ 와 ‘미안하고 아쉽다’, 더불어 ‘여기서 이게 무슨 짓인가’ 를 반복하는 나의 감정상태겠지.

올해는 당연히 어린이집을 갈거라고 생각했기에, 그 예상이 무너진 지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스트레스 상황이라는 걸 요즘 체감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뭔가 거창한 걸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새로운 요리도 시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중 하나라도 온전히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내가 바꿀 수 있는 현실상황이 아니니 받아들이는 수 밖에.
그러나 또 그렇게 생기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뭐 그런 감정의 무한반복되고 있는 2018년의 봄이다.
여름쯤 되면 완전히 포기하는 상태가 될지도 모르겠네 그러고보니.

그 와중에도 시간은 너무 잘 간다. 2018년의 첫번째 분기가 지나간다니 너무한거 아닌가 싶고.
맨날 이런 신세타령만 하려고 블로그를 남겨뒀나 싶고.
조금 삐딱해진 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