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October 2017

점점 더 멀어져간다.

서른네살이었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내겐 ‘서른 다섯’ 이란 나이가 내 앞으로 굴러오는 커다란 바위처럼 느껴졌었다.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낳지 않은 채 서른 다섯을 맞이하다니! 뭐 그런 느낌이었다.
계절이 여름을 지나 가을로 가면서 머릿속의 ‘서른다섯’이란 숫자에 어찌나 조바심을 내면서 지냈던지 당시 처음 만난 이가 나이를 물어봤는데 “저 서른 다섯이요.” 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그게 벌써 십년전인데 요즘 내 심정이 딱 그때 같다.
마흔다섯이 다가오고 있다. 마흔다섯이라니!
마흔넷이 된 것도 낯설었는데 어느새 100일도 안 남은채로 올해가 가고 있다.

2년째 정리 안된 이삿짐과, 작년에 이어 완성하지 못한 꼬마의 망또와, 몇해 전 PT에 돈을 쏟아부으며 도달하고자 했던 몸과는 점점 더 거리를 벌려가며 마흔 다섯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사실 나름대로 나의 ‘마흔다섯’에 대한 각성은 올해가 시작되었을 때 이미 시작되었고 마음의 준비도 했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계획들도 있었고.
그런데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10월의 중순. 마지막 분기도 이미 1/6은 지나갔다.

오늘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어제의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 밤새 꿈으로 재연되었고 화창한 오늘 날씨와는 다르게 맘이 내내 쓸쓸하다.
이대로 마흔 다섯이 되는건가 생각하니 누구라도 만나서 수다를 좀 떨고 싶었는데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어쩔 수 없는 일. 내가 당장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의연히 받아들이는 게 어른의 방식일텐데
그걸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자연스러워지지 않는걸 보니 아직 마음의 평화도, 불혹도 머나먼 곳에 있나보다.

남은 기간동안 하루 두끼(…)를 시도해볼까. 너무 꾀부리는 것 같은 기분이네.
적어도 마음이라도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가깝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