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내에 좋아하는 빵집에 들렀다가 스타벅스에 갔다.
- 빵집과 가장 가깝고 차를 대기 가장 편했던 장소란 이유로!
세상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아아- 싶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에 빨간 리본이 장식된 트리가 놓인 그곳은 이미 크리스마스였다.
아직 11월도 채 안되었는데도.
갑자기 ‘연말’의 기분이 훅 밀려와서 얼떨떨한 마음으로 카운터에 가보니
올해의 새로운 다이어리들이 나와있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 열심히 커피를 마셔 쿠폰을 모아 하나씩 쟁취하는 그 다이어리.
작년에 나도 우연찮게 스타벅스 카드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도전했더랬지.
그래서 받았던 다이어리가 어디있었더라.
집에 와서 책장 선반에 놓인 다이어리를 펼쳐보니 올 초 몇가지 적어둔 메모가 보인다.
“올해 장만하고 싶은 것. 빵칼, 버터 케이스, 치즈 그레이터.”
사실 이 세가지는 그냥 단순한 부엌용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온전히 나를 위한 물건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나만의 이 물건들이 늘 갖고 싶었다.
여태껏 갖지 못했던 것도 오히려 같은 이유다. 나만의 물건이기때문에 언제든 나중으로 미뤄지기도 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저 세가지 중 올해 빵칼 하나만 장만했다.
발뮤다 토스터기를 사면서 통으로 된 식빵을 위해 당장 필요했기에 후다닥 장만했다.
사실 난 저 세가지를 내 사랑 남대문 수입상가를 휘적거리며 이것 저것 구경하며 사고 싶었지만
난 제주에 살고있고,(흑) 아기를 데리고 남대문 갈 여건이 안되며, (흑흑), 그러다가 언제 사게될지 기약할 수 없어서 (흑흑흑)
그냥 아무거나 사버렸다.
등 떠밀리듯 마트에 가서 산 빵칼은 의외로 아주 적절해서 무척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절실한 버터 케이스와 큰 필요는 없는 치즈 그레이터는 과연 올해 안에 장만할 수 있을런지.
예전에도 이런 물건이 몇가지 있었다. 소위 나의 ‘궁극의 물건’들.
맘에 쏙 드는 페이퍼 나이프가 갖고 싶었고, – 현재 나름 나쁘지 않은 녀석 하나 보유.
촌스럽지 않은 독서대가 갖고 싶었고, – 작년에 알라딘 사은품으로 우연하게 맘에 드는 물건과 조우!
20대초반 애용하다가 부서져버린 것 못지않은 알람시계가 갖고 싶었다. 이건 이제 핸드폰으로 대충 쓰고 사는 삶이 되었다.
그런저런 물건들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다이어리 생각을 했다.
올해가 그랬듯, 내년에도 일일 다이어리를 쓸 여유는 없는게 현실이다.
마음으론 A4사이즈의 커다란 일일 다이어리를 책상 한 구석에 놓고 밤마다 조금씩 기록하고 싶지만 그건 정말 욕심.
게다가 난 언제나 ‘포터블’한지 아닌지가 주요 요소이기에 무겁거나 큰 다이어리는 아마 결국 안쓰게되겠지.
오늘 K와 잠깐 메신저로 나눈 이야기처럼 약간의 Monthly에 무지노트를 결합한 정도가 내게 가장 실용적일거다.
손바닥만한, 가방에 늘 넣어가지고 다닐 수 있는거라면 좋겠지.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10여분만 있으면 10월도 끝. 달력도 두 장 남는다.
여기저기서 슬슬 다이어리, 가계부, 캘린더 상품이 등장하겠지 싶으니 캐롤이 울려퍼지는 교보문고 같은데에서 갖가지 다이어리를 구경하며
신년은 또 어떤 해가 되려나 궁금해하며 지인과 수다떨며 걸어다니는 분위기가 그리워진다.
일부러 New Year’s Resolutions를 안쓴지 몇 년이 되었다.
내년에는 그래도 한 번 써볼까 싶다.
그리고 해가 가기 전에 버터 케이스는 사야지.
그리고 치즈 그레이터는 내년에 꼭 남대문에 가서 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