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살림(이라기엔 부끄러운) 이외엔 아무것도 못하는 생활에 뭔가 다시 발동을 걸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미 사두었던 혹은 읽다가 내려 놓았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지난주부터.
작년에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 을 읽고 너무 좋아서 중고 서점에서 작가의 소설 책 몇권을 구해놓았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읽다 보니 출간순서대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세번째 소설을 읽다가 영 진도가 안 나가서 그냥 놔두었던걸 다시 도전했다.
내용이 지루한 건 아니었는데 아마 처음 읽을 당시 생활에 지쳐있었던 것 같다.
다시 읽다보니 앞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몇번씩 페이지를 앞으로 넘겨 희미한 기억을 확인해가며 읽었다.
물론 여건이 여건이다보니 남은 부분도 당연히 몇날 며칠에 걸려 읽었지만 다시 책을 읽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니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얼른 이어서 읽고 싶고 멍하게 보던 심야 티브이 프로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더라.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뭐랄까, 안도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동안 트랙에서 멀리 밀려난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부지불식중에 가졌었나보다.
하여간 이래저래 흡족한 상태로 책을 마치고 이 페이스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다른 책으로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고른 책이 위의 저 책. 엄유정 그림작가의 책이다.
8월까지 서울에서 작가의 그림전시도 한다는데 가볼 상황은 안될것 같고
아쉬운 마음에 책을 붙잡는다.
이 더운 여름에 아이슬란드를 엿보는 건 멋지겠지.
사실 사둔지 몇달 되었는데 미국의 친구에게 한 권 보내고 나도 봐야지 싶어 이제서야 열어보는거다.
점점 사둔 책이 읽은 책보다 많아지려고 하는 상황에 스스로 자괴감도 느끼지만
사실 책장 앞에서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까- 하고 고민하는 게 내겐 엄청나게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온갖 모양과 색의 케익 진열장 앞에 서 있는 느낌?
하반기엔 다시 속도가 좀 붙었으면 한다.
아 물론 안그래도 엉성한 살림과 집안이 책 읽는답시고 더 엉성해질까 걱정이 되지만
뭐, 아무렴 어때. 난 일단 페이지를 열어 아이슬란드로 떠나볼란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