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May 2016

2nd day of 22nd week

인생은 즐겁게. 엄마 맘대로 한 번 입혀보는거지요! 쿠사마 야요이도 울고 갈 땡땡땡땡......

인생은 즐겁게. 엄마 맘대로 한 번 입혀보는거지요! 쿠사마 야요이도 울고 갈 땡땡땡……

5월 31일. 오늘은 올해의 22주 이틀째 되는 날이란다.
간만에 열어본 노트북의 Date Line이 일러준다.
요즘은 앱이 가장 친절한 비서다.

5월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4월과 5월을 기록한다.

4월은 어떻게 갔더라. 열흘을 잡고 나선 친정길이 어찌저찌 길어져 4월과 5월을 걸쳐 20일이 넘게 머물렀다.
제주로 내려온 후 거의 매 달 올라갔지만 이번엔 정말 여유로웠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자주 보고, 쇼핑몰도 신나게 다니고
무슨 산간 오지에 살다가 올라간것도 아닌데 그런게 그렇게 좋더라.

집안 살림 안하고 아이만 돌보니 그건 더 좋았다.
육아 스트레스는 별로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나의 주된 스트레스는 살림에서 오는 것이었다!
여전히 서투르고, 그래서 신랑에게 미안한 나의 살림솜씨.
하여간 살림 안하고 지내니 몸과 마음이 어찌나 편했던지 ‘마흔 다섯이 되기 전에 부지런히 둘째를 낳아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 일주일쯤 지나 다시 현실감각을 되찾고 딸 하나 엄마로 곱게 살기로 다짐했지만.

5월에 다시 제주로 오니 시각이 조금 달라졌더랬다.
집에 간만에 오니 마치 콘도 놀러온 기분이 약 1분간 들어 ^^ 잠시 흥겹기도 하고
친정 가기전에 읽었던 마법의 정리책 덕인지, 세간살이가 한동안 안보다 눈에 들어온 탓인지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힘이 생겼다.(정리의 신이 드디어 내게 오신것인가!)
그래서 느리지만 조금씩, 마음을, 물건들을 덜어내고 있다.

5월 뉴스에서 접한 살인사건 소식에 며칠간 잠을 못 이뤘다.
세월호때처럼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에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신랑 앞에서 세상이 너무 무섭고 슬프다고 눈물이 터진 후에야 조금씩 정상적인 생활을 찾았다.

세상이, 사람들이 , 이 나라가 어떻게 이런 모양새까지 왔을까.
이 땅에서 딸을 키우는 ‘여자’로서 늘 불안하다. 그리고 슬프다.
예전엔 그냥 나 혼자 이 나라가 싫었었는데, 이제는 싫은게 아니라 살아가는 일이 불안하다.
현실이어서 더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 이 무거운 마음.

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답은 신앙인가. 하루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닌 척 모르는 척 생각하지 않고 사는게 답이려나. 또 다른 날은 그렇게 생각한다.
새삼 삶의 무게감에 휘청이던 5월이었다.

한동안 적지 않았던 작은 기도노트를 다시 꺼낸다.
그냥 한 줄씩 죽 적어내려가는 나의 노트.
아끼는 사람들의 안녕을 빌고 마음속에 한 번씩 떠올리는 일에 한 가지를 더하기로 했다.
감사.
주어진 것에, 누릴 수 있는 것에, 꿈 꿀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를 적는다.

많은 마음이 맴돌았던 4월과 5월
좋아하고 자주 입었던, 그래서 이젠 많이 낡아버린 추억의 옷
하루 하루 날짜는 지나는데 아닌 척 숨어있던 냉장고 속 좀비들
모두 탈탈 털어, 차곡 차곡 접어, 미련 없이 깨끗이 보낸다.

아, 이제 무더운 여름이 온다.
이럴때 나도 한 번 외쳐보자.
“여름아, 부탁해!”

6월부터는 조금 더 파워 업 해서 살아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