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에 이름을 남겨보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하던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어보겠다는 꿈을 가진 것도 아니고
엄청한 아이디어로 일확천금을 벌어보겠다는 소망을 가진것도 아니지만
요즘 같은 날엔 그냥 매일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다.
열심히 클렌징오일로 선크림을 지우고 생각해보니 오늘은 선크림을 안 바르고 나갔다 왔다.
요일이 긴가민가 한 건 애교고 어제 있었던 일이 몇 주 전 일만 같다.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거나 심신이 너무 고되다 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아기를 안는 게 무리가 되어서 오른손을 반깁스했고 부엌살림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뭐랄까. 육아란 ‘잉여의 에너지가 없는 상태’가 아닐까?
적어도 지금의 내겐 그런 정의가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모든 에너지 대부분을 쏟고 있는 육아는 과연 잘 하는 걸 까?
아- 아마도 이건 모든 엄마가 자문하고 있는 질문이겠지?
하여간 자가생성 에너지 부족의 상황에서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열심히 생각해본다.
하지만 첫 육아인데 답이 나올 리가…
아기는 어느새 능숙한 기어가기 기술로 기동력을 갖추고
붙잡고 서는 것도, 몸을 날려 범퍼 침대의 범퍼울타리를 어찌어찌 넘어오는 것도 마스터하더니
오늘은 손을 놓고 한동안 서서 중심을 잡는다! 게다가 즐기고 있어!!
깜짝 놀랐고 너무나 기특하고 이렇게 빨리 자라나 싶어서 놀랐다.
채 입히지 못했던 지난해의 여름옷을 입혀보고 아직 멀었겠지 싶었던 새 옷을 입혀본다.
너무 작아지고, 제법 맞는다.
육아는
제법 적응하고, 여전히 잘 모르겠다.
엄마 된 지 283일. 육아서 두 권을 주문하고 잠이 든다.
* 아 물론,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고 믿기 때문에!
나를 위한 그림책도 주문했다. 사은품도 내꺼야. 음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