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하다’ 란 표현을 쓰려다가 ‘어색한’ 느낌은 아니라서 마음을 바꿨다.
어느새 12월이네- 라고 생각하다가 이제 시간 타령은 그만해야지 생각했다.
좋아하는 다른 이들의 블로그는 RSS 등록을 해 두고 꼬박꼬박 들어가 구경하면서도
내 집엔 늘 선뜻 무언가를 적어내지 못하는 건 사실 할 말이 많아서이기도 하고 그 말들을 내뱉을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늘 오래간만에 들러보는 듯 글을 적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에 글을 적는다.
이 말도 몇 번 했던 것 같지만.
여름이 지나는 건가 했는데 가을을 잠시 콩 발 도장만 찍고 겨울이다.
좋아하는 빨간색 트렌치코트는 올해 꺼내보지도 못했다.
요즘 들어 더욱 생생히 기억나는 순간은 올해 초 번역수업에서 내 소개를 하면서
아기가 여름에 태어나면 하반기엔 내 삶이 어떤 모양새일지 가늠할 수 없을 테니
그전까지 올해 상반기엔 열심히 번역하겠다 인사했던 순간이다.
그 말 그대로 상반기엔 열심히(나름) 번역을 했고(오피셜한 결실은 없었지만),
아기가 태어나고선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수준의 모양새로 살고 있다.
(세수도 못 하고 살 줄 알았는데! ^^ 세수 정도는 한다는 이야기)
내 모습만, 생활만 보자면 자기발전에 게으르고, 엄청난 체력저하를 겪고 있는 건데
세상에 없던 존재가 있어서 그 모든 걸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세상에 없던 존재. 어느 날 세상에, 내 세상에, 우리의 세상에 나타난 우주.
여전히 가끔은 엄마가 된 내가 낯설고, 그 우주의 존재가 신비롭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전력질주를 하다가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건네주고 그만 달리는 선수가 된 기분에 빠지기도 한다.
‘아 이제 내 몫은 다했어’가 아니라 ‘아 조금 더 달리고 싶은데’하는 기분으로 입안이 씁쓸해지는 그런 기분 말이다.
그래서인지, 찬바람이 불어서인지 요즘은 이런저런 새로운 일들을 만나고 싶은데
내겐 아직 지켜봐야 할 작은 우주가 있어서 매번 마음만 저만치 달려갔다 온다.
아이는 밤에 깨어서 울다가도 어슴푸레한 불빛 속에서 내 얼굴을 알아보면 활짝 웃는다.
이런 반짝이는 우주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싶다.
어느 때는 그 웃음에 혼자 울컥해지기도 한다.
토닥토닥 품에서 다독이다 다시 잠이 들면 등 뒤에선 신랑의 숨소리가, 품에선 아기의 숨소리가
그리고 그 사이에서 깨어있는 내 숨소리가 들린다.
종종 그렇게 두 식구가 잠든 사이 혼자 깨어 있을 때면 생각한다. 낯설고 신비롭다고.
이 약간의 낯섦과 신비로움이 오래 머물면 좋겠다.
그 안에서 나도 계속 깨어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