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August 2015

나를 응원해

20대에 남들이 다 연애할 때 난 미팅도, 남자친구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20대에 연애 한 번 안 한 건 아니지만 뭐랄까, 평균 20대의 연애 횟수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었다고 할까.
(뭔가 상당히 돌려서 표현하는 기분이지만…)

30대엔 오히려 20대처럼 방황하고, 새로운 일에 겁 없이 뛰어들고 끊임없이 연애했다.
아니, 그냥 열심히 연애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마치 20대처럼.

사실 그보다 훨씬 어릴 적부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반 박자씩 늦게 가는 모양이라고.
한 박자씩 쳐지는 건 아닌데, 뭔가 조금씩 내 페이스는 그렇게 느렸다.
그래서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때에도 미혼의 내 모습에 대해 불안하거나 결혼에 대해 초조해진 적이 없었다. 그냥 좀 늦게 가겠지. 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마흔이 넘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의 나는
내 페이스에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때에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30대에 찾는 사회적, 개인적 안정 – 안정이라는 말이 어색하니 그냥 settle down 이라고나 할까- 을
40대에 맞이했으니 앞으로는 큰 변화 없이 흘러가겠지 싶었는데
^^ 역시 삶은 알 수 없는 것. 또 다른 변화의 시기가 다가왔다.

제주도로 이사 결정이 났다.
아니 결정에 동의했으니 ‘났다’ 보다 ‘결정했다’ 로 표현해야겠지.
앞으로 5주 후, 경기 道민에서 제주 島민이 된다.

생각보다 일정이 빨라져서, 채 100일도 맞이하기 전에 너무 어린 아기와 함께 움직이는 게 걱정이긴 하다.
친정과 가까이 있는 동안 아기 크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나는 원래 새로운 환경과 생활에 설렘과 도전정신을 느끼는 사람인데
아기가 생겨서인지, 걱정과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동안은 아기가 있어서 다른 생활을 못 할 테니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 고 신랑을 지지했던 건 난데
막상 ‘아기와 보내는 생활’ 도 적응해 나가려는 이 상황에 ‘낯선 곳에서의 생활’ 도 적응하려고 하니 마음이 조금 버겁다.

제주도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하던, 영국에서 함께 지냈던 후배 J에게
“우리가 먼 섬나라에서도 잘 지냈잖니?” 했더니 “언니, 그때는 혼자 몸이었잖아~” 한다.
그래. 아마 아기가 없는 상황에 신랑과 둘이서만 내려가는 거였다면 또 마음이 달랐겠지.

하지만 인생이란 또다시 알 수 없는 것.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일단 2년, 길면 4년이 될 시간이 우리 인생에서 반짝하는 순간일지도 모르니까.

다시 한 번 기대와 설렘, 용기를 가져본다.
(아 겁 난다고요…그러니까 더 열심히!)

생후 40일의 기록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 몇주 동안 황달 때문에, 모유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낙심했다가, 기뻐하는 감정의 파도를 겪는 나에게
신랑은 우리가 가야할 육아의 길은 마라톤이 될테니 일희일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시적으로 보지 말고 거시적으로 보자고.

나 또한 그래야 한다는 걸 머리로, 이성으로 잘 알고 있지만
아기와 얼굴을 맞대고, 숨소리를 느끼고
아- 이 작은 숨쉬는 생명을 어떻게 거시적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가 있을까 싶다.
그건 아마도 ‘엄마’에게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은.

8월 1일. 아기는 생후 40일을 맞이한다.
날짜가, 요일이 어떻게 지나는지,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는 바깥 날씨가 어떤지 모르게
온종일 아기를 끌어안고 지내는 칩거생활이지만 문득 문득 아기를 보면 여전히 실감이 안 난다.
우리집에 조그만 꼬맹이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조리원에서 열심히 기록했던 육아일기는 집에 돌아온 후 손도 댈 수 없었다.
‘기억’ 보다는 ‘기록’을 믿으라고 하던데 쉽지 않네.
그래도 순간 순간 느끼는 감정과 감동이 내 세포안에 녹아들고 있다고 믿는다.

기나긴 앞으로의 길.
함께 잘 해보자 지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