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남들이 다 연애할 때 난 미팅도, 남자친구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20대에 연애 한 번 안 한 건 아니지만 뭐랄까, 평균 20대의 연애 횟수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었다고 할까.
(뭔가 상당히 돌려서 표현하는 기분이지만…)
30대엔 오히려 20대처럼 방황하고, 새로운 일에 겁 없이 뛰어들고 끊임없이 연애했다.
아니, 그냥 열심히 연애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마치 20대처럼.
사실 그보다 훨씬 어릴 적부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반 박자씩 늦게 가는 모양이라고.
한 박자씩 쳐지는 건 아닌데, 뭔가 조금씩 내 페이스는 그렇게 느렸다.
그래서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때에도 미혼의 내 모습에 대해 불안하거나 결혼에 대해 초조해진 적이 없었다. 그냥 좀 늦게 가겠지. 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마흔이 넘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지금의 나는
내 페이스에서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때에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30대에 찾는 사회적, 개인적 안정 – 안정이라는 말이 어색하니 그냥 settle down 이라고나 할까- 을
40대에 맞이했으니 앞으로는 큰 변화 없이 흘러가겠지 싶었는데
^^ 역시 삶은 알 수 없는 것. 또 다른 변화의 시기가 다가왔다.
제주도로 이사 결정이 났다.
아니 결정에 동의했으니 ‘났다’ 보다 ‘결정했다’ 로 표현해야겠지.
앞으로 5주 후, 경기 道민에서 제주 島민이 된다.
생각보다 일정이 빨라져서, 채 100일도 맞이하기 전에 너무 어린 아기와 함께 움직이는 게 걱정이긴 하다.
친정과 가까이 있는 동안 아기 크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나는 원래 새로운 환경과 생활에 설렘과 도전정신을 느끼는 사람인데
아기가 생겨서인지, 걱정과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동안은 아기가 있어서 다른 생활을 못 할 테니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 고 신랑을 지지했던 건 난데
막상 ‘아기와 보내는 생활’ 도 적응해 나가려는 이 상황에 ‘낯선 곳에서의 생활’ 도 적응하려고 하니 마음이 조금 버겁다.
제주도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하던, 영국에서 함께 지냈던 후배 J에게
“우리가 먼 섬나라에서도 잘 지냈잖니?” 했더니 “언니, 그때는 혼자 몸이었잖아~” 한다.
그래. 아마 아기가 없는 상황에 신랑과 둘이서만 내려가는 거였다면 또 마음이 달랐겠지.
하지만 인생이란 또다시 알 수 없는 것.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일단 2년, 길면 4년이 될 시간이 우리 인생에서 반짝하는 순간일지도 모르니까.
다시 한 번 기대와 설렘, 용기를 가져본다.
(아 겁 난다고요…그러니까 더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