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피부가 흰 편이었고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은 반대로 많이 까만 편이었다.
부모 중 누구를 닮아서도 아니고, 그렇게 우린 엄청나게 달랐다.
엄마는 늘 나를 가졌을 때는 그렇게 과일이 당겨서 많이 먹었고
동생을 가졌을 때는 고기가 당겼었다고 종종 말씀하셨다.
나는 늘 농담처럼 “바뀌었으면 어쩔 뻔했어. 까만 딸하고 하얀 아들이었으면!” 하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막상 내가 아이를 갖고 나서는 딱히 땡기는 음식이 없었다.
다들 이럴 때 신랑에게 먹고 싶은 음식 주문을 원 없이 하라고 했는데
집에서 일하며 삼시세끼 같이 먹는 신랑은 서운한 맘 느낄 새 없이 늘 뭐가 먹고 싶으냐고 물어봤고
나는 매번 딱히 아쉬운 게 없었다. 그냥 당기면 시켜먹거나 사서 먹으면 되는 일이었기에 서운할 일도 없었고.
그냥 언제나 땡기는 -_- 밀가루와 탄수화물 종류 – 빵, 떡, 면을 너무 많이 먹지 않으려고 애쓰고
가능하면 제철 과일을 많이 먹어주려고 노력했다. 여전히 노력 중이고.
그런데 늘 그렇듯 새벽에 화장실을 들르며 잠이 깬 지금 시각에 딸기가 엄청나게 먹고 싶다.
평소에는 그다지 딸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딸기 부페 같은 걸 보며 ‘정말 사람들이 저렇게 딸기를 좋아하는 걸까?’ 라고 궁금해할 정도로, 내게는 ‘제철 과일’ 이상의 호감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딸기인데
아 지금 정말 먹고 싶다.
조금만 있으면 좋아하는 복숭아가 나온다.
나는 복숭아 중에서도 ‘백도’ 만 좋아하는 편이라 ^^ 과일 중 유일하게 까다로움을 피우게 된다.
뭐 백도가 없으면 황도까지. 하지만 천도는 별로.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캠벨포도는 좋은데 머루 포도는 별로.
홍시는 좋은데 땡감은 그냥저냥.
사과나 수박은 매일 매일 먹고 싶지만, 바나나나 키위는 일년 내내 안 먹는다 해도 그냥 그냥.
토마토는 작은거나 큰거나 다 좋지만 살구, 자두, 체리는 일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은근 과일에 대한 호불호가 있었네. 나.
어쨌거나 뜬금없이 딸기가 아른거리는 새벽.
이제 제법 여름 아침 분위기가 나서 설레는 계절이다.
복숭아. 어서 만나보고 싶구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