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독서다. 내가 알고 있는 독서 중 가장 강도 높은 독서다. -배수아”
2014년 말에서 2015년 초까지 내가 몰입했던 일은
작은 책 한 권을 번역하는 일이었다.
2013년부터 조금씩, 번역 수업을 들어오면서 과제를 해 왔었지만
그림책을 제외하고 책 한 권을 전체 다 번역해보는 일은 처음이었다.
처음엔 그저 해야만 하는 과제려니 하고 담담하게 시작을 했고
‘힘들다.’ 는 말 대신 ‘어렵다.’고 도전 정신을 불태우며 해 나가서
어찌어찌 마감 전까지 번역을 끝냈다.
뿌듯함은 그리고 한 참 후에서야 조금씩 느껴졌다.
아니 ‘뿌듯함’ 이란 단어는 너무 식상하다.
성취감이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마주 보고 진지하게 토론을 나눈 내적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하면서 나는 작가 곁에서 서서 작가가 쓰고 있는 글을 한 장씩 받아 읽고
또 누군가에게 내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기분이었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 자리가 있다면,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기분.
(물론 원서작가의 경우 말이다)
이번 달 말부터는 실전반을 마친 사람 중 운 좋게 기회가 되어서
‘번역가 그룹’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 또한 쉽지 않겠지만, 여름이 지나면 과연 참여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벅차고 기쁘다.
사실 곁가지로 어쩌다가 들어선 길이라 신랑도 좀 내켜 하지 않았었는데
열심히 가고 있어서, 보는 마음도 좋다고 격려해준다.
잘 해보고 싶다. 아니, 열심히 해야지.
*참고로 번역한 책의 기획서는 출판사를 돌고 있으나, 아직 특별히 관심을 보여주는 출판사가 없군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