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February 2015

작가와 독자 사이

(null)

“번역은 독서다. 내가 알고 있는 독서 중 가장 강도 높은 독서다. -배수아”

2014년 말에서 2015년 초까지 내가 몰입했던 일은
작은 책 한 권을 번역하는 일이었다.
2013년부터 조금씩, 번역 수업을 들어오면서 과제를 해 왔었지만
그림책을 제외하고 책 한 권을 전체 다 번역해보는 일은 처음이었다.

처음엔 그저 해야만 하는 과제려니 하고 담담하게 시작을 했고
‘힘들다.’ 는 말 대신 ‘어렵다.’고 도전 정신을 불태우며 해 나가서
어찌어찌 마감 전까지 번역을 끝냈다.

뿌듯함은 그리고 한 참 후에서야 조금씩 느껴졌다.
아니 ‘뿌듯함’ 이란 단어는 너무 식상하다.
성취감이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마주 보고 진지하게 토론을 나눈 내적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하면서 나는 작가 곁에서 서서 작가가 쓰고 있는 글을 한 장씩 받아 읽고
또 누군가에게 내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기분이었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 자리가 있다면,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기분.
(물론 원서작가의 경우 말이다)

이번 달 말부터는 실전반을 마친 사람 중 운 좋게 기회가 되어서
‘번역가 그룹’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 또한 쉽지 않겠지만, 여름이 지나면 과연 참여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벅차고 기쁘다.

사실 곁가지로 어쩌다가 들어선 길이라  신랑도 좀 내켜 하지 않았었는데
열심히 가고 있어서, 보는 마음도 좋다고 격려해준다.

잘 해보고 싶다. 아니, 열심히 해야지.

*참고로 번역한 책의 기획서는 출판사를 돌고 있으나, 아직 특별히 관심을 보여주는 출판사가 없군요. 흑흑.

봄맞이.

(null)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팔고, 땀언니를 만나 식사와 차 한잔. 수다의 시간을 보내고
여리여리한 스카프를 또… 샀다.
지난 가을 수연이와 샀던 것과 거의 비슷한 패턴인데 – 여차하면 테이블보 같은-

뭔가 소녀같은 여리여리함에, 평소의 취향과 전혀 다른데 그냥 끌려서
내 사랑 베갯보를 사면서 같이 담았다.
수연이가 같이 있었으면 이거 어때, 예뻐, 하며 수다 떨었을텐데 아쉬웠다.

봄이 오면 산책을 많이 다녀야겠다고,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배를 보고 매일 다짐한다.
그동안 입던 청바지는 오늘로써 끝이었다. 벨트를 풀어도 조이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고보니 오늘로 20주에 들어섰다. 20주 아가는 망고와 메론 크기 사이쯤 된단다.
이젠 제법 패딩을 입어도 표가 난다. 여전히 나는 좀 실감이 안 난다 :)

이번 주 마지막 번역과정을 마치고 방학을 누리는 기분.
하지만 손에서 책을 놓치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책 팔아 스카프 산 이야기에는 좀 안 어울리지만 ^^

Somewhere beyond.

자다가 잠이 깨어 뒤척 뒤척 하던 중에
며칠 전 영화에서 들었던 문구가 생각이 났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느 영화였는지 떠오르지 않아서 잠이 깨 버렸네.

“Somewhere beyond wrong and right, there will be a garden. I will meet you there.” Rumi.

영화 ‘Diana’에서 나온 페르시아 시인 Rumi 시의 한 구절.
원문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Beyond our ideas of right-doing and wrong-doing,
there is a field. I’ll meet you there.
When the soul lies down in that grass,
the world is too full to talk about.
Ideas, language, even the phrase ‘each other’
doesn’t make sense an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