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이다.
요즘 나에게 보통의 화요일은 집안일을 하는 날.
빨래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내키면 반찬도 좀 만들고.
하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늦잠을 자고, 침대에 누워 친한 친구와 한시간 반의수다를 떨고
주말에 채 걷어내지 못한 빨래를 걷고
뮤즐리와 씨리얼 두 종류를 섞어서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우유를 부어 마셨다.
우유를 붓고 나니 이미 날짜가 4일은 지나있었지만.
요즘 날씨는 내가 좋아하는 날씨인데, 그걸 느껴 볼 틈도 없었다.
머릿속에 다른 게 꽉 차 있는 느낌이다.
이것 저것 꽉 끼어서 책 한권 뽑기 힘든 내 책장같은 모양새로.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세상에 가득할텐데
다 들 그렇게 살지 못하니 운동을 하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 가지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는데 어쩌면 그건
생각에 너무 빠질까봐 두려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좀 깊이 생각하고 직면할 필요가 있다.
해마다 휴가가 다가 오면 좀 숙제처럼 느껴진다.
워낙 피서나 휴가를 챙기지 않고 자랐던 집안 분위기 탓도 있을거고
여행에 살짝 심드렁한 게으름인 탓도 있을거고
그래도 뭔가 신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다.
뭘 하면, 어디를 가면 좋을까.
이러다가 북쪽 집에 한 번, 영화나 한 번, 친구랑 커피나 한잔 하다가 보낼지도 모르겠다.
주말 껴서 4일이라니 짜고도 짠 휴가다.
습관은 “~하면, ~한다” 하는 ‘조건문’ 처럼 만들라고 하던데.
예를 들면
‘아침에 눈을 뜨면 스트레칭을 한다’ 라던가 (이건 내가 하는 것)
‘퇴근 하면 환기를 시킨다’ 라던가 (이것도 내가 하는 것)
‘주말이면 우크렐레를 연주한다’ (이건 내가 하고 싶은 것)
계획만 짜면서 힘을 빼는 건 내가 싫어하는 보스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하여간 몰라서 못 하는 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일단, 키보드를 바꿔야겠다.
세상에. 요고 쓴다고 자판 누르는 손가락에 에너지의 90%는 쓴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