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April 2013

꽃구경

20130430-113942.jpg

 

20대가 한참인 시절이었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다가 무언가 다른 걸 하고 싶었다.
그렇게 기웃거리던 시기

전혀 가보지도 않은 곳에, 전혀 해보지도 않은 일을 하러
이제 막 알게된 사람들과 갔던 동네에서 일을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고
근처를 지나가다가 보았다.
하늘까지 뻗은 벛꽃나무에서 눈처럼 떨어지는 벛꽃들.

그 기억을 수년간 가지고 있다가, 어느 봄날에 그곳에 갔었다.
서른이 훨씬 넘어 다시 학생이던 시절이기도 했고,
날이 좋아 대학원 수업을 빼먹고 나온 날이기도 했고
오래 전 기억속의 환상의 장소에 서 있으려니 다른 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 날의 사진도 어딘가에 있을텐데, 찾아보고 싶지 않고, 찾아 볼 필요도 없을 만큼
머리 위로 벛꽃이 쏟아지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그곳에 제작년에는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갔고
작년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갔고
올해는 날을 못 맞추는 바람에 우리는 가지 못했다. 그곳에.

봄이라고, 꽃이 폈다고 해서 늘 그런 풍경아래에 설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어렴풋이 안다.
그래서 그런 시간들이 그때는 몰랐지만 축복이었다는 것도 알 것 같다.

그래도 올해 꽃길을 좋아하는사람과 손을 잡고 걸었다.
눈처럼 떨어지는 꽃잎을 다 맞지는 못했지만
적당히 아직 매달려있는 꽃들과, 바닥에 깔려있는 꽃잎을 밟으며 걸었다.

삶이 더 적당히 단순해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꽃을 보면 기쁘고, 즐겁다.
그래서 다행이다.

 

 

 

소소함

이 집에서 처음 맞이 하는 봄이어서, 이렇게 밝은 아침해가 들어오는지 몰랐다.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지는 아침.
습관 같은 재채기를 몇번 하고, 고양이 처럼 길게 몇번 몸을 늘이고
간밤에 하려다 잊고 잔 밥을 한다.
밥 냄새가 퍼지고, 아침을 먹기 전에 조금 끄적인다.

일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소소하게 모여서 시간이 되고, 역사가 된다.
눈을 뜨고 일어나서, 자려고 눈을 감는 시간 사이에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진다. 적고, 보고, 말하고, 나누고, 듣고.

(더 이상) 내 집이 아닌 어느 집에 몰래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익숙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설레이고, 긴장하고.
그 기분이 너무 생생해서 뭔가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가끔은 피식피식, 지나간 농담에 웃는 내가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