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February 2013

또 다른 날

나의 밤이 끝나고, 누군가의 밤이 시작된다.
내가 잠의 세계에서 저벅 저벅 걸어나올 때, 누군가는 잠의 세계로 가라앉는다.

2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다.
이번 주가 지나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설레임은 긴장과 함께 오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게 조금 잔잔해질 뿐이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여행 그 자체 보다, 여행 짐을 쌀 때 더 설레이는 것 처럼
지금 내 마음도 조금 그렇다.
무언가 바뀐다고 해도, 일상이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오는 건 아닐테니까.
그래서 안심하면서, 또 조금은 실망한다.

우리가 조금 더 열정을 가지는 일들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랬다.
나는 언제나 너무 ‘근원’ 만 찾았다.
우울해도, 두려워도.
물론 그게 중요하긴 하지만, 가끔은 눈 앞의 것에만 집중해도 좋겠다.

잘 버릴 줄 몰라서, 낡은 습관 조차도 버리기가 쉽지 않다.
과감하게 잘라내야 할 것들도, 일단은 주머니에 구겨 넣는다.

시간을 무한정 쓸 수는 없다.
내게 그렇게 주어지지도 않는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는건지 명확하다.

다만, 언제나처럼 무언가 두렵고, 무언가 묵직하다.
그래도 일단 가는거다.
또 다른 날.
거기가 늘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