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마주보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Monthly Archives: January 2013
From the back
그러니까 너는 그곳에서
한시간의 수업을 마치고, 여섯개의 수업이 연달아 있는 날이었다. 오늘은.
왜, 갑자기, 어느 순간에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머리속에 그 생각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사실 난 졸면서도 수업이 가능한 (진짜다!) 사람인데
머리속에 어떤 생각이 끼어들면 나도 모르게 입을 다물게된다.
그래서 갑자기 조용해진 내 모습에 긴장한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면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오곤 하는 것이다.
아마도 다섯번째 수업 쯤 그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해서
여섯번째 수업쯤에는 기분이 상당히 가라앉아서 머리까지 묵직해져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얼른, 수업이 마치면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내가 아까 갑자기 이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이런 기분인데,
여기까지만 말해도, 내가 어떤 기분이고, 어떤 마음인지 알아줄테니까.
그렇게 나 혼자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마음을 다 흩어 정리하게 되니까.
맘 같아서는 5분도 채 안되는 쉬는 시간에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한시간만 더 참자, 하며 마지막 수업을 들어갔다.
수업을 마치고, 밀린 일을 하고,
한켠에 밀어뒀던 시장기가 마구 올라와 후다닥 퇴근을 하고
9시가 되기 조금전에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세우면서
만두를 사고, 전화를 걸고, 정리를 하자, 생각하며 차 문을 닫는 순간
손에서 전화기가 미끄러졌고, 앗- 하기도 전에 바닥에 부딪혀 케이스는 각각 분리가 되고
전화기는 옆 자리 주차된 차의 한 가운데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 모든 일들이 대략 1.5초 안에 일어났다.
윙윙윙.
다시금 나의 방어기제가 작동했다.
전혀 현실감이 나지 않으며 웃기기까지 했다.
그 순간부터
어찌저찌 장대우산을 이용해 전화기를 꺼내고
만두를 사와 먹고, 내일 먹을 아침밥의 취사 예약을 마치고
졸립다- 라고 느끼는 이 순간에서야
다시금 차에서 내리던 순간의 감정으로 되돌아간다.
아, 그래서 밤과 식사는 중요한 것이다.
불쾌한 감정 같은 건 졸음과 포만감으로 일단 가리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고 나면 괜찮아 질것이다.
그러니까 너는 그곳에서 날 부른거다.
그렇게 납작 엎드려서.
그런건 잊어버려도 좋아. 라며.